가끔 면접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00님에게 어떤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만화 <원피스>를 보면 라프텔이란 섬의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팀을 형성해 바다로 뛰어든다.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을 이미지화 해보면 딱 이렇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언제 해왕류에 잡아먹히거나 동력을 잃고 더 나아가지 못함)
- 갖춰진 것보다 갖춰나가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제 막 망망대해를 향해 출항한 배가 갖추고 있을 인프라를 생각해라)
-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써놓고 보니 허탈한 너털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위 내용이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타트업에 근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오됐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앞으로 갖춰나가야할 것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 생존, 다음 스탭을 위해 멈춤없이 달려나가야 함에 불구하고
너 각오 됐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스타트업에 온 이유는 뭐야? 라는 각오를 묻는, 한편으로 걱정어린 질문인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환경에서 5년째 일을 하며 다음과 같은 일을 겪었다.
- 정부 지원 사무실의 임기가 만기되어 2년마다 사무실을 옮겨다녔던 적
- 주주총회의 일정에 맞춰 기능 개발을 위해 야근했던 적
- 투자를 받지못해 구조조정을 겪었었던 적
- 경영 악화로 겨우 핏을 맞췄던 동료들이 한명씩 뿔뿔이 흩어졌었던 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있다. 그리고 이 환경을 좋아한다.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굳이 말을 하지않아도 이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마음을 맞춘 동료들과 함께 팀을 꾸려서 바닥에서 부터 하나씩 쌓아 올려가는 성취가 앞서 서술한 모든 위험 요소를 상쇄하는 압도적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 고객 피드백을 받으며 그것을 직접 개선해 제품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것, 제품의 성취를 팀 전체가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것
제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들은 스포츠 팀에 비유할 수 있다. 각자의 포지션에 충실하며 어느 포지션에 구멍이 났을 때는 때로 그 포지션을 대신 수습해가며 팀의 공통 목표를 위해 한 몸으로 움직인다.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속에서 이런 생생한 현장 경험이 피어난다. 내 손끝 하나로 내 목소리로 제품이 변하고 그것이 고객에 전달된 다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때문에 스타트업에는 일에 몰입하고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런 사람들과 팀으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스타트업에 있다.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리어] 2024년 취업 혹한기 생존을 위한 구직자 액션 플랜 (1) | 2024.07.03 |
---|---|
[성장] 개발의 매력을 알려준 전공 수업 (0) | 2024.07.03 |
[커리어] 2023년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직 후기 (9) | 2024.06.30 |
[커리어] 2024년 채용 시장의 변화에 따른 개발자 생존 전략 (13) | 2024.06.29 |
[협업] 신뢰 자산과 팀의 기술적 공감대 (0) | 2024.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