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커리어중 가장 길었던 여정이 끝났습니다. 이번 구직 경험을 통해 기업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과 사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고, 기업의 관점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간이 됐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업에 대한 기여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사례를 쌓아나갈 계획입니다. 후기에서는 제가 신경 쓴 부분, 아쉬운 부분을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구직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첨부한 차트는 링크드인에서 생성한 콘텐츠의 조회수를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차트에서 펄스가 튀는 부분인데 크게 2023년 7월, 2023년 12월, 2024년 5월로 세 그룹으로 묶어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은 저의 이직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던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2023년 7월에 이직을 했고 2023년 12월에는 이직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며 2024년 5월부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직 욕구라는 추상적 바람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1. 서류 면접
서류 합격률을 보면 40개 기업중 16개로 40%입니다. 꽤 준수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류로 기업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채용 공고와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바탕으로 기업의 호기심을 자극할 포인트에 대해 분석했고 호기심을 채워줄 다양한 리소스(github, 포트폴리오, 블로그)를 링크의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반면 이번에 아쉬웠던 부분은 서류상의 성과 내용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빈약했다고 생각하는데 직전 직장의 경험이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짧은 재직 기간과 인력 교체시기로 인해 뜨는 시간이 많았기에 성과로써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었고 스토리를 풀어내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구직 여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기업 분석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서류 합격 후 1차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원 취소를 자주 하는 바람에 다른 채용 기회를 놓치고 구직 공백이 생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6월쯤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기업 분석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습니다.
분석을 신중하게 하게 되면서 제가 타게팅해야 하는 기업이 명확하졌고 점점 서류 합격률이 높아졌습니다. 기업을 찾을 때는 제품과 시니어에 대한 니즈, 현재 기업의 스테이지를 고려했습니다. 정리하면 제 커리어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기업에 집중 지원했습니다. 목표 기업이 구체화되어 채용 공고상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줄어든 대신 면접 준비 시간을 늘렸습니다. 제품 리뷰, 산업에 대한 배경지식, 지원동기, 이 기업에서 관심 가질만한 기술적 질문과 그 기업에 궁금한 점(역질문)을 고민했습니다.
2. 채용 과제
서류에 합격한 16개의 기업중 6개의 기업에서 채용 과제를 풀었습니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고 이 점이 최근 채용 시장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채용 과제는 최소 3일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리소스 소비가 큰 과정이지만 저는 채용 과제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기술 면접은 지원자가 매력을 어필하는 능력과 면접관이 매력을 끌어내는 능력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질문을 어떻게 리드하느냐에 따라서 매력 확인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채용 과제는 실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작업 방식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면접관에게 신뢰를 쌓은 상태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채용 과제로 인해 기술 면접의 방향성이 구체화되어 더 밀도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리소스 부담입니다. 이는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해당하기 때문에 채용 과제를 풀 때는 일격필살의 마음 가짐으로 반드시 다음 스탭으로 진행시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기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킨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제출한 과제를 인상적이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채용 과제를 진행할 때 기업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기술셋이나 부가적 요소는 next.js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next.js로 진행하는 등 해당 기업의 현행 방식이나 관심사를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3. 지원 동기
이번 구직에서 깊이 느낀 부분은 지원 동기의 중요성입니다. 기본적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업은 자사의 비전과 미션에 공감하는 지원자를 반깁니다. 아무리 대외자료가 빈약한 기업이라도 그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제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모든 긍정적인 평가를 뒤엎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중 하나가 지원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 산업과 제품에 관심이 있고 이 문제에 기여하길 바라는지에 대한 진실성있는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묻는 지원 동기에는 해당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해 주길 기대하는 바람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던 가장 큰 이유를 빈약한 지원 동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4. 기술면접
기업의 관점과 면접관의 스타일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단계가 기술 면접입니다.
기술 면접은 크게 보면 업무 방식을 보는 면접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기업에 따라 포커스하는 부분이 달랐습니다.
특정 기술에 대한 이해도,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협업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문제 해결 사례 등 1시간의 면접 시간을 놓고 봤을 때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특정 기술에 대한 지식적 측면을 확인하는 것은 기술 면접에서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주니어 면접과 시니어 면접에서 방향성이 달라지는데 시니어로 갈수록 특정 기술에 대한 사전적 이해보다는 경험과 성과 사례중심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성과 사례에 대한 스토리텔링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명료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해결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아직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인데 경험상 정말로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했던 주제에 대해서 설득력있고 명료한 표현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직 과정 중 문제를 발굴하고 이 문제 해결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연습이 기술면접에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 컬처핏(2차 면접)
산업과 제품에 대한 관심도와 업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작용하는 단계가 컬처핏 면접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구직 경험에서 배운 점이 컬처핏의 중요성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컬처핏은 문제 소지가 있는 사람을 색출하는 형식적 과정이라 생각했고 기술 면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는 일이 잦았고 이 경험을 통해 정말로 기업이 컬처핏에 대해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과 제품 방향성에 대한 공감입니다. 또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지원자가 희망하는 성장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고요. 상호간 니즈가 충족되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또 2차 면접에서는 업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자주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왜 개발자가 되셨나요?"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자신의 업에 대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고민해봤는지와 그것을 함께 충족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2차 면접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외
면접 스타일
결과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았던 면접들이 있었습니다. 이력서를 비롯한 제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질문해준 기업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에 대한 존중처럼 느껴졌고, 반대로 제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부실한 준비로 성의 없게 대답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상호 간 좋은 질문을 통해 매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분 좋은 면접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이 어려워 당황하면서도 그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직 활동 외 시간을 채우는 방법
지난 이직 시 마음을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으며 잉여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이직에서는 시간 활용 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루틴을 만들어 매일 아침 알고리즘 문제를 풀었고, 덕분에 코딩 케스트 과정에서 탈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결제하고 보지 못했던 강의를 보고,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면접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해졌습니다. 이 점은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다시 한번 겸손해질 수 있었던 자아성찰의 시간
이번 구직은 저의 오만함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알게됐구요. 냉혹한 시장 결정에 여러 번 두들겨 맞은 지금은 저와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어 면접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소중한 면접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나고 보면 은연중 드러났던 거만한 태도 때문에 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까지 커리어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운 좋게도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고 과한 평가로 부풀려진 자아에 심취해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구직을 통해 부풀려진 평가와 현실의 저와의 괴리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위기는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던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기업과 이야기를 시도했고 이런 태도변화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도 취업도 전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제 건방으로 놓친 기업과 지금 시점에 만났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로 기회를 흘려보내고 후회하는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료를 돕는 것이 커리어 성장이라는 믿음
면접 과정에서 스토리텔링할 수 있었던 많은 사례들이 동료를 도움으로써 저의 가치를 증명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모든 기업에서 조직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시킬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그런 경험담을 듣고 싶어합니다. 이런 순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고 이번 구직을 통해 동료를 돕는 것이 커리어 성장이라는 믿음이 한 층 더 두터워졌습니다. 어떤 것이 더 큰 기여인지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현시점 구직 활동중인 전우님들께
이직 경험을 수치화해보며 다시 한번 느꼈지만 채용 시장이 위축되고 기업 우위의 시장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점을 참고하셔서 구직 전략을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에서 면접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피드백을 요청하더라도 방어적인 피드백인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면접 질문에서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지, 대답을 들었을 때 반응을 참고하여 면접 결과에 대한 판단 근거를 추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의미있는 피드백을 얻기는 어려웠지만 채용 중인 기업 관점에서의 생각과 구직자로서 시장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좋은 면접 경험을 만드는데 도움 됐습니다.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원한 기업을 너무 짝사랑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업 정보를 수집하고 비전에 교감하기 위해 노력해던 기업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면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공들인 만큼 이별통(?)을 겪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짝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도 이걸 잘 못해서 2~3주 걸쳐서 면접본 기업에서 탈락하면 한 이틀 기운 빠지더라고요)
저의 개인적 경험이 여러분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큰 도움이 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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