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기업을 알아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희 기업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나요?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찾아보시나요?"라는 질문은 어떤 면접이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이 질문을 가볍게 여겼습니다. 식상한 질문이고 적당히 대답하면 되는 질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얼마전 우연히 본 이직 후기 중 "내가 관심있는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라는 이유로 이직을 결심했다는 내용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기업 탐색 기준과 지원 동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기업을 알아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기업은 어떤 부분을 확인하고 싶은걸까요?
이 질문의 답을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기업이 궁금해하는 영역을 실무 역량, 비즈니스적 면모, 문화 세 가지로 나눠서 다뤄보겠습니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확인하고 싶은 것
실무 역량
실무 역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넘어서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기술에 대한 숙련도, CS지식등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이고 궁극적으로 궁금한 것은 유연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만약 특정 기술에 대한 질문을 상세히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문제 해결능력을 검증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1.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봤는지?
-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무엇인지?
-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활용한 도구나 기술은 무엇인지?
-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리소스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했는지?
2. 잘 풀리지 않는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해봤는지?
-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한 접근 방식은 무엇인지?
-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어떠한 학습이나 실험을 했는지?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나 상사,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어떻게 구했는지?
3. 어떤 업무 능력을 갖췄는지?
-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분석 능력, 설득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구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 팀 내에서의 역할과 기여도는?
- 특정 문제가 주어졌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 수립 및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4.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 문제 해결 후 얻은 성과와 그로 인해 조직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인지?
- 문제 해결 경험이 현재의 업무 방식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5.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 문제 발생 전 이를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경험이 있는지?
- 위험 관리와 사전 계획 수립을 통해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한 사례가 있는지?
-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6. 문제 해결 과정에서 팀과 어떻게 협업했는지?
- 팀원 간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
- 팀 내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정하고 해결한 방법은 무엇인지?
- 팀의 사기를 높이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7. 업무 결과를 평가받은 경험이 있는지?
- 직장에서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는지?
-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 어떤 개선점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비즈니스적 면모
흔히 스타트업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라고 합니다.
구직자가 기업이 포커스하고 있는 이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하고 싶은 사람인지, 어쩌면 이 분야의 경험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할 것입니다. 일례로 금융 분야에서는 관련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처음부터 유관 경험을 가진 지원자만 뽑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기대하는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의 실무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을 비중 있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서 기업의 미션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지원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합니다.
아래 내용들은 해당 분야의 사업과 팀의 미션을 얼마큼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지를 묻는 내용들입니다.
1. 이 산업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 해당 산업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알고 있는지?
- 관련 산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하거나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2.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지?
- 문제의 중요성과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있는지?
-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지?
3. 우리의 미션에 얼만큼 공감하고 있는지?
- 기업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기업의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4.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해 봤는지?
- 서비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지?
- 서비스를 이용해 본 후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
5. 경쟁업체 대비 우리 회사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우리 회사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우리 회사 제품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6. 이 사업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인지?
- 경험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7. 이 산업에 대한 호기심을 뒷받침 할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 과거 경험이 현재의 호기심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 새로운 도전과제를 탐구하고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
8.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있는지?
- 수익 구조와 고객 타겟을 이해하고 있는지?
컬처핏
일반적인 문화 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특별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Core Value, 미션, 비전, 인재상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 이 내용과 연관된 스토리 텔링을 준비하시면 분명 도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고 원하는 성향이 구체화된 기업이라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될 때 준비한 스토리를 끼워넣으시길 바랍니다.
1. 스타트업이라는 업무 환경과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 빠른 의사결정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 제한된 자원 속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아고 있는지?
2.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지?
-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한 경험이 있는지?
-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팀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3.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 높은 압박 속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는지?
-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
-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지?
4. 회사의 문화와 가치에 부합하는지?
- 자신의 가치관과 회사의 문화가 어떻게 일치하는지?
- 우리 미션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 지원자가 우리의 업무 문화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와 관련된 사례가 있는지?
- 우리 업무 문화의 단점(e.g. 업무강도, 수직적 업무 방식)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이런 환경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그래서 지원 동기가 뭔가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지원자에게 궁금한 부분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해 봤습니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와 "기업을 알아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 저희 기업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나요? "라는 질문 의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말을 좀 더 풀어서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00 산업에서 발생하는 A라는 문제를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중입니다.
이러한 A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지, 저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인지 알고 싶습니다.
관심 갖게 된 계기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그동안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고 3주에 걸친 최종 면접에서 수차례 탈락해야 했습니다.
"이 기업의 개발자 문화가 좋아서요"
"최근 투자를 받은 기업 위주로 찾고 있어요"
"인터렉티브한 요소가 많은 제품을 찾고 있어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 지인이 여기 다니는데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고요"
위 답변들이 실망스럽고 씁쓸한 이유는 모두 부수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무엇을 원하고 지원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외적인 조건에 집중했기 때문에 매력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채용 사이트 뒤적이다가 최근에 투자받았다길래 수정하나 거치지 않은 이력서를 광고지처럼 넣은 지원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위 답변이 부수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개발자 문화에 신경쓰는 것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리소스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것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용자 경험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마음에서 나온 질문인지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엉뚱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시점에 제가 생각하는 좋은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류 자동화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물류 산업의 전산화는 필연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류 산업 전산화의 선행조건으로 기존 수기 기반 물류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물류 모니터링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류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00 물류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며 물류 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6년간 스타트업에서 웹 제품을 개발하며 스타트업의 생리를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00 기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물류사업 자동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위 답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역량, 산업에 대한 관심, 실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근로 가치를 세일즈했기 때문입니다. 꼭 예시와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아래와 같은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 이 문제 해결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이 산업의 문제에 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 이 문제를 자세히 알고자 어떤 노력을 했는지?
- 이 제품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내가 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조직의 일원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 우리가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어서 공동 성장을 목표할 수 있는지? (우리가 왜 잘 어울리는지)
정리
지금까지 기업이 구직자를 찾는 기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이기 때문에 실무 역량만 증명하면 된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동안 제가 봐왔던 아쉬움과 씁쓸함이 묻어있는 면접관의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기업의 관점에서 고민해 보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기업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로 3주에 걸친 긴 채용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하시는 일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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