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PPT로 자기 소개를 할 기회가 생겼다. 딱히 나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PPT를 작성했다.
자유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 자유의 확장이 삶의 목적이었다.
자유라는 말에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상대적 선택의 자유다.
한 끼 식사로 10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식사를 만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에 비해 메뉴 선택이 자유롭다. 임대 소득을 받고 있는 사람은 주 40시간의 근로 소득을 받고 있는 사람보다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 어휘력이 좋은 사람은 상황에 따른 표현의 선택이 자유롭다. 이런 식으로 모든 방면에서의 선택의 자유를 넓히고 싶었다. 지금은 자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놨지만 아직까지 나의 중심이 되는 가치관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구체적으로 내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자전거, 그런지룩, 달리기다.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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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무전여행 | 임성원 - 교보문고
자전거 무전여행 | 시작은 무모했지만, 두 바퀴로 만난 세상은 아름다웠다!무모한 청년의 거침없는 질주『자전거 무전여행』. 울산부터 시작해 부산, 나주 담양, 대전을 거쳐 서울, 충주,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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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했던 군복무 시절 자유에 대한 갈망이 정점을 찍었는데 그 때 꿈꿨던 것이 자전거 전국일주였다. 책 <자전거 무전여행>을 읽으며 세운 자전거 전국일주 계획은 전역 이후의 목표를 찾지 못했던 내가 무사히 군복무를 마쳐야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게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자전거를 탈 때 유독 자유를 느꼈다.
그런지룩
"옷을 깔끔하게 입어라"라는 잔소리와 "남친룩"이라는 패션의 제약이 자유에 대한 내 집착을 자극했는데 그 결과물이 그런지룩이다. 그런지룩이 기성복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나의 기행도 "옷 좀 깔끔하게 입어라"라는 잔소리에 대한 반항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구멍난 옷과 색이 바랜 옷, 구제 의류를 수집했고 그 옷을 입고 친구를 만나고 도시를 활보했다. 다림질된 셔츠와 딱 맞는 스트레이트 핏 바지를 입었을 때는 망설여지던 먼지 쌓인 벤치에 거리낌없이 주저 앉았고 밥을 먹다가 옷에 양념이 튀었을 때는 짜증대신 묘한 쾌감을 경험하며 자유를 느꼈다.
무에타이
틈만 나면 서열을 확인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던 남고를 졸업했던 나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기억이 무에타이 수련으로 이어졌다. 말하자면 무에타이는 폭력의 두려움으로 부터의 해방(자유)이였던 것이다. 무에타이를 수련하면서 격투술에 익숙해졌고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폭력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폭력의 두려움으로 부터 해방을 느낄 수 있었고 갈등의 전조가 보이는 순간에 한결 여유롭게 평정심을 지킬 수 있었다.
달리기
30대가 된 지금은 자전거를 타지않고 그런지룩을 입지않는다. 달리 말하면 자유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트랙을 달리는 순간이다. 불규칙한 호흡과 빨라진 맥박, 지면을 밀어낼 때 불어오는 맞바람 을 통해 20대의 내가 갈망하던 자유를 되새길 수 있었다. 주체적 움직임으로 도착할 곳을 결정한다는 점과 지면을 밀어내는 액션에 대한 맞바람이란 피드백이 달리기가 주는 자유라 생각한다.
생존
자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지금. 내 행동의 중심에 있는 단어는 "생존"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이 키워드 역시 오해를 사곤 하는데 여기서의 생존은 경제 활동을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생존이다. 면접에서 가끔 "병규님의 최종 목표는 뭔가요?" "10년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것 같나요?"같은 질문을 받곤 하는데 내 목표는 생존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목표가 아니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도로 발달한 AI로 인해 직업을 잃게 될 지 모르며 변화하는 트랜드를 쫓지 못해 시장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생존은 정확히는 생존 가능성이며 고용 시장에 핵폭탄이 떨어져서 기업과 구직자가 전멸하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꿈꾼다. 즉 지금같은 취업 혹한기에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을 나는 생존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구직을 하며 추상적 생존 본능이 시각화되는 것을 경험했는데 링크드인 콘텐츠 실적 수치이다.
차트를 보면 2023년 7월, 2023년 12월, 2024년 5월에 차트가 튀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각 지점이 내 생존 본능이 작동했던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7월에 세번째 이직을 했으며 2023년 12월에 직장 생활의 위기를 경험하며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퇴사후 2024년 5월 적극적 구직 활동을 하며 생존 본능이 정점을 찍었다.
또 다른 차트는 블로그의 방문자 수치이다.
당시 서류 합격률을 높이고 면접에서 질문의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가치관과 업무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을 고민했는데 그 방법이 블로그였다. 기존에 노션에 작성했던 글과 회사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자료들을 한가지씩 포스팅하면서 개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구직의 확고한 의지가 매일 가파르게 상승하는 방문자수로 시각화 되었다.
미래
MBTI, 강점분석, 평판조회 등 전반적 검사 수단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성향이 '미래 지향'이다. 어느 순간부터 미래 전망과 미래 위기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이중 더 집중하는 것은 미래 위기이다.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입에 달고 사는 내가 미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계획을 고민해봤는데 현재의 결론은 연금과 근육이다.
우선 연금은 월급이 끊긴 은퇴 이후의 삶의 생존수단이다. 나는 은퇴 이후의 삶을 3부인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그 전 단계인 2부 인생은 경제활동 시기라 할 수 있는데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시기이다. 이 경제활동 시기에 발생하는 노동 소득을 3부 인생의 생존 수단인 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소득의 많은 부분은 연금 전환에 사용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미래 생존의 중요한 키워드는 근육이라고 생각한다. 근육은 근육이 감소하는 노년기의 활동의 자유를 의미하고 노년기 주체적 삶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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